- 12시간 넘는 장시간 조사 반복…국가인권위 "적법절차 위반·신체 자유 침해" 판단
임신 중이던 30대 여성 피의자가 경찰의 장시간 심야조사를 받은 뒤 유산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수사준칙 위반과 적법절차 위반을 인정하며 경찰에 개선 권고를 내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수사 논란을 넘어 피의자 인권 보호와 수사기관의 조사 관행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임신 중이던 여성 A씨를 조사했다. 세 번의 조사 모두 오전부터 시작돼 밤늦게까지 이어졌으며, 총 조사시간은 각각 13시간 34분, 12시간 35분, 13시간 50분에 달했다.
특히 마지막 조사는 대질조사까지 포함되면서 실제 조사시간만 10시간 40분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수사관에게 알렸지만 장시간 조사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마지막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다음 날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유산 사실을 확인한 뒤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유산과 경찰 조사의 직접적인 의학적 인과관계는 판단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경찰이 임신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심야조사 제한 원칙과 장시간 조사 제한 원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사준칙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조사시간 역시 일정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소 2시간마다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서 해당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산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조사 일정을 분산하거나 추가 보호조치를 취했어야 했음에도 그러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심야조사 관행 개선과 임산부·고령자·장애인 등 취약계층 보호 절차 마련을 권고했으며, 서울경찰청장에게는 해당 수사관에 대한 주의 조치와 전 수사관 대상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현재 A씨는 수사관과 상급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경찰은 유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조사와 유산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수사의 필요성과 피의자 인권 보호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조사 범위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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