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의했으니 괜찮다”는 착각…법률사무소 오율 김혜진 변호사가 짚은 야차룰 콘텐츠의 위법성과 형사책임
“서로 동의하고 싸우는 건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최근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야차룰’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일정한 규칙 아래 실제로 주먹을 주고받는 격투 콘텐츠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식 격투 스포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체육경기가 아닌 사적 공간이나 길거리 등에서 실제 폭행 장면을 촬영해 콘텐츠로 소비하는 형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가장 큰 오해는 참가자 모두가 싸움에 동의했다면 형사책임도 사라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폭행이나 상해 행위가 당연히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얼굴과 머리를 반복적으로 가격하거나 상대방이 제대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도 공격을 계속해 상해가 발생했다면 구체적인 행위와 결과에 따라 폭행죄나 상해죄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범행에 가담하거나 위험한 물건이 사용되는 등 상황에 따라서는 더 무거운 법적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촬영과 공개 역시 별도의 문제다. 참가자가 싸움에는 동의했더라도 자신의 얼굴과 신체가 촬영되고 온라인에 공개되는 범위까지 동의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영상의 편집·게시 방식에 따라 초상권이나 인격권 등 민사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야차룰’이라는 이름이나 당사자 간 합의가 위법성을 자동으로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실제 행위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스포츠의 범위에 있는지, 단순 폭행을 넘어 상해가 발생했는지, 촬영·공개에는 어떤 동의가 있었는지 등을 각각 따져봐야 한다.
법률사무소 오율 김혜진 변호사는 야차룰의 법적 문제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정식 스포츠 경기와 사적인 싸움을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처럼 일정한 경기규칙과 안전장치, 심판의 통제 아래 이루어지는 스포츠에서는 경기 과정에서 일정한 신체 접촉과 위험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당사자끼리 “때려도 된다”고 합의하고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그 행위가 곧바로 정당한 스포츠 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쟁점은 참가자의 동의가 어디까지 법적 의미를 갖는지다. 서로 싸우기로 했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사건을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실제 발생한 상해의 정도와 공격 방법, 경기라고 볼 수 있는 규칙과 안전장치가 존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특히 중대한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서로 합의했다”는 주장만으로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싸움을 기획하고 촬영한 사람의 책임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움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거나 참가자를 모집하고 대진을 만들었으며, 금전적 대가를 걸거나 폭행을 부추기는 등 구체적인 관여가 있었다면 공동정범이나 교사·방조 등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어 실제 역할을 따져봐야 한다.
세 번째는 돈이 오가는 구조다. 승패를 두고 참가자나 시청자 등이 재물을 걸었다면 형법상 도박죄 등의 문제가 별도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를 반복적으로 운영하거나 수익을 얻는 구조라면 단순한 개인 간 싸움과는 다른 법적 문제가 추가될 수 있다.
네 번째는 영상 공개다. 싸움에 참가하기로 한 동의와 해당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나 SNS 등에 공개·활용하는 동의는 같은 문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촬영 동의서, 공개 범위, 수익화 여부 등을 사전에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았다면 형사사건과 별개로 초상권·인격권을 둘러싼 민사분쟁까지 발생할 수 있다.
김혜진 변호사는 결국 ‘야차룰’이라는 명칭보다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형사재판에서는 콘텐츠의 이름이나 출연자 사이의 약속이 아니라 공격의 방법과 강도, 상해 결과, 참가자의 동의 범위, 안전조치, 기획자의 개입 정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회수를 위해 더 과격한 싸움을 유도하거나 안전장치 없이 실제 폭력을 콘텐츠화하는 경우에는 “스포츠였다”, “서로 합의했다”는 설명만으로 법적 위험을 해결하기 어렵다. 야차룰 콘텐츠를 단순한 격투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기 전에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스포츠이고 어디서부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폭력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