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로 남긴 유언도 인정…판례 기준 바뀌나
임종 직전 산소호흡기를 낀 상태에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해당 유언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입원 중이던 환자가 사망 사흘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넘긴다는 취지의 유언을 ‘구수증서’ 방식으로 남기면서 시작됐다. 구수증서는 질병 등으로 정상적인 유언 방식이 어려울 때, 유언자가 말로 내용을 전달하면 이를 증인이 기록하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당시 유언자는 호흡곤란으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였고 발음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부 내용은 제3자의 도움을 받아 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유언을 근거로 예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금융기관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은 유언자가 의사 표현이 가능한 상태였던 만큼 녹음 등 다른 방식의 유언도 가능했다고 보고 구수증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당시 유언자의 건강 상태와 발화 능력을 고려할 때, 자필이나 녹음 방식으로 유언을 남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언 이후 불과 사흘 만에 사망한 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대법원은 ‘급박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유언 방식이 불가능한 경우’라는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구수증서 방식 유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유언의 형식적 요건을 엄격히 보면서도, 현실적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유사한 유언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