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촬영·영상 무단 전송 유죄 확정됐지만 약물 이용 성폭력 의혹은 판단 대상 제외…피해자 측 “수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
교제하던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동의 없이 영상을 전송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은 판결 이후에도 약물에 의한 성폭력 의혹을 밝혀달라며 6년 가까이 이어온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12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는 지난 9월 30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촬영물 소지 등 혐의와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선고된 징역 6개월이 유지됐으며,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2020년 교제하던 여성 B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행위 영상을 자신의 계정으로 전송한 행위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2000만원을 공탁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과 엄벌을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을 유지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B씨는 자신이 약물이나 술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준강간 혐의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으며, 이후 제기한 재정신청과 재판소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 역시 불법촬영과 영상 전송 등 기소된 혐의만 판단했을 뿐, 약물에 의한 성폭력 의혹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피해자 가족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영상과 의학적 자료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수사기관이 확보한 영상 가운데 16개가 넘는 파일이 재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정신과 전문의가 영상 속 피해자의 상태에 대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웠으며 중추신경 억제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피해자 측이 제기한 주장으로, 해당 자료가 준강간 혐의를 입증하는지는 별도의 수사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이 수사 진행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2021년 7월부터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2024년 3월까지 약 3년 동안 피해자가 수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촬영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는 의미를 두면서도, 징역 6개월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이 모두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약물 관련 성폭력 의혹은 피해자 측의 추가 고소에 따라 경찰에서 다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실에도 사건을 다시 살펴봐 달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으며, 약물 관련 성폭력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유죄 판단과 별개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폭력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불법촬영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다고 해서 별도로 제기된 준강간 의혹까지 인정된 것은 아니며, 반대로 준강간 혐의가 불기소됐다는 사실만으로 피해자 측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6년 가까이 이어진 피해자 가족의 문제 제기 속에서 추가 수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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