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중알코올농도 0.094% 상태로 11㎞ 운전했지만 법원 “현장 벗어날 다른 방법 없었다”…가해 남성은 준강간 혐의 징역 3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성폭행 피해 현장에서 가해자를 피해 달아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했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한 여성에게 형법상 ‘긴급피난’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단독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5년 6월 충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나온 뒤 혈중알코올농도 0.094% 상태로 약 11㎞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A씨는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준강간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아차리고 잠에서 깼다. 이후 옷과 소지품을 챙겨 급히 객실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하지만 가해 남성이 숙소 밖까지 A씨를 뒤쫓아왔다.
A씨는 결국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벗어났다. 약 11㎞를 이동한 뒤에는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문제는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94%였다는 점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음주운전에 해당했지만 법원은 당시 A씨가 처했던 구체적인 상황을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운전 행위가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봤다.
긴급피난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자유·재산에 닥친 현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재판부는 당시 숙소가 외진 곳에 있었고 새벽 시간이라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숙소에는 A씨 일행 외에 다른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택시 또는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방법, 걸어서 현장을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준강간 범행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히 A씨가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벗어난 뒤 갓길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과정도 확인됐다.
결국 법원은 A씨가 자신에게 닥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가피하게 운전한 것으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음주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범행 당시 운전자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있었는지, 다른 현실적인 회피 방법이 존재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긴급피난 인정 여부를 판단한 사례다.
다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음주운전이 긴급피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위험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운전 외에 다른 방법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었는지 등 개별 상황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한편 A씨에게 준강간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최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