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금감원 사칭해 모텔에 머물도록 한 뒤 신체사진까지 요구…태국 거점 조직원 11명 검거·9명 국내 송환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모텔 등에 스스로 머물게 한 뒤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시키고 수십억 원을 가로챈 태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1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활동과 전기통신사기환급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1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한국인 조직원 9명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 송치했다.
대부분 20~30대인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한 뒤 태국 방콕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지난해 5월부터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검사를 사칭한 뒤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사이트에는 정교하게 위조한 구속영장과 신체검사서 등 공문서를 보여주면서 피해자가 실제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처럼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모텔 등 숙박시설에 들어가 머물도록 요구했다.
겁을 먹은 피해자가 스스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숙박시설에 머물게 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이다.
피해자가 숙박시설에 들어가면 범행은 또 다른 단계로 이어졌다.
조직원들은 ‘구속 전 보호관찰 절차를 위해 신체 수색이 필요하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신체사진을 직접 촬영해 전송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직이 이렇게 확보한 사진을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통제하고 추가 범행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다른 조직원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사건 해결을 위한 공탁금을 보내야 한다고 속여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12월까지 피해를 본 사람은 모두 68명으로 파악됐으며 피해 금액은 약 67억7000만 원에 달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범행 단계별로 역할을 나누고 위조 공문서와 가짜 검찰청 사이트 등을 활용해 피해자들이 실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믿도록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태국 현지 수사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조직원들을 추적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 공조 행사에서 태국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태국 수사당국은 같은 해 12월 한국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조직원 11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조직원 가운데 한국인 9명은 지난 6월까지 순차적으로 국내로 송환돼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전체 조직 규모는 중국인과 한국인 공동총책 2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이다.
경찰은 다른 범죄로 국내에 수감돼 있던 조직원 2명의 가담 사실도 추가로 확인해 검찰에 송치했다.
아직 붙잡히지 않은 피의자 9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범죄수익금 약 1억5700만 원에 대해서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
경찰은 국가기관이 모텔 등 숙박시설에서 신체 수색을 요구하거나 사건 해결을 이유로 공탁금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며 이 같은 연락을 받을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