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서 주운 신분증으로 여러 사람 사칭…15억7000만원 편취, 법원 실형 선고
길에서 주운 신분증으로 타인의 신분을 도용한 뒤 수년간 여러 사람을 사칭하며 15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50대 여성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장기간 계획적으로 신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온 점과 피해 규모가 큰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관련 혐의로 구속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타인의 신분을 사칭하며 피해자 5명으로부터 총 15억7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자신이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것처럼 행세하며 "투자금을 맡기면 원금을 보장하고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결과 A씨의 신분 도용은 2011년 제주시 길거리에서 우연히 습득한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여러 사람의 신분을 이용하며 생활해 왔고, 2018년에는 함께 사업을 하던 지인의 신분증으로 금융계좌를 개설해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해당 계좌로 투자금을 송금받은 뒤 잠적했으며,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또 다른 사람의 신분을 이용해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올해 2월에는 서울에서 만난 피해자의 신분증까지 훔쳐 새로운 신분으로 활동하다가 결국 수사기관에 검거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일부 피해 금액을 반환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부 금액을 변제한 사정은 있으나 전체 피해 규모가 매우 크고, 장기간 타인의 신분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범 위험성이 높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신분증 도용이 단순 개인정보 범죄를 넘어 장기간의 대규모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수사기관은 신분증 분실 시 즉시 신고와 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하고,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 등을 활용해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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