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블랙박스 영상과 음성 증거 인정…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후진하다 보행자를 들이받고 현장을 떠난 운전자가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경고음과 음성 기록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면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방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전북 무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4%의 면허 취소 수준 음주 상태로 차량을 후진하다 보행자를 충격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무릎과 발 등을 다쳤지만 A씨는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피해자가 형법상 상해에 이를 정도의 부상을 입지 않았으며, 사람을 친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해 도주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이 확인한 차량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 보행자 접근을 알리는 경고음이 반복적으로 울렸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음성까지 녹음돼 있었다.
특히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지적하며 차량으로 다가오자 A씨가 "저 양반 웃기는 사람이네"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차량을 이동시키는 장면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하고도 필요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과 일치하고, 상처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부상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이후 적절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재판 과정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한 점을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반영했다.
다만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블랙박스 영상과 음성 기록이 사고 당시 운전자의 인식과 도주 고의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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