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 반말에 격앙돼 나온 표현…대법원 "사회적 평가 저하 수준 아냐"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욕설의 수위만이 아니라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와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대방이 먼저 반말을 사용한 상황에서 나온 욕설은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1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사건은 2022년 경기 부천시 한 아파트 생활문화센터 회의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입주민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A씨는 B씨를 향해 "야, 야, 친구냐? 어린 X의 XX가 어디서 건방지게"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검찰은 공개된 장소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있는 가운데 욕설을 한 점을 근거로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범행 경위와 모욕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다고 보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욕죄의 판단 기준에 대해 "당사자 관계와 발언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인 B씨가 먼저 반말을 사용했고, 이에 대해 A씨가 불쾌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거친 언사가 나온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반말 사용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다소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모욕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모욕죄의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보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욕설 자체만으로 모욕죄가 자동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실제 모욕죄는 표현의 내용뿐 아니라 발언 당시의 맥락과 상대방과의 관계, 사회적 평가 훼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욕설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며, 공개된 장소에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정도의 인신공격이나 경멸적 표현은 여전히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판결은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때 표현 자체보다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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