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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도 ‘한국형 폴리바게닝’ 시대…상선 불면 형이 줄어든다

  • 최혜미 기자
  • 입력 2026.08.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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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자 협조하면 형 감경·면제 가능…검사출신 법률사무소 탄탄 이수천 대표변호사가 짚은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

 “상선을 밝히면 내 형이 줄어들 수 있다.”

 

보이스피싱 수사에 이른바 ‘한국형 폴리바게닝’으로 불릴 만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내부자가 총책이나 상선 등 다른 조직원의 범죄를 밝히는 데 실질적으로 협조할 경우 자신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해외에 거점을 마련하고 총책과 관리책, 현금수거책, 전달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조직화되고 있다. 수사기관이 국내 하부 조직원을 검거하더라도 정작 해외에 숨어 있는 총책이나 상선까지 추적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돼 왔다.

 

문제는 조직 내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하부 가담자들이었다. 상선의 신원이나 활동 장소, 범죄수익 전달 구조를 알고 있더라도 이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까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수사 협조를 꺼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제도는 이러한 수사의 한계를 내부자의 협조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보이스피싱이나 관련 범죄수익의 수수·은닉 등에 가담한 사람이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범죄를 규명할 수 있는 진술이나 증언, 제보를 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단순히 “상선이 있다”고 진술한다고 자동으로 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른 가담자의 범죄를 실제로 규명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사·재판 협력이 전제된다. 특히 시행 당시 이미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보이스피싱 사건의 수사와 변론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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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출신 법률사무소 탄탄 이수천 대표변호사는 이번 제도를 보이스피싱 수사의 방향을 ‘하부 가담자 검거’에서 ‘조직 전체의 실체 규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바라본다. 미국의 플리바게닝과 동일한 제도는 아니지만, 수사 협조의 실질적인 가치를 형사책임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한국형 플리바게닝’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 전략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으로 적발된 피의자는 자신이 범행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나 가담 정도가 낮다는 점을 중심으로 방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제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한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되는 사건이라면 무조건적인 부인만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첫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의뢰인이 조직 내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다. 상선의 이름과 연락수단, 텔레그램 등 메신저 계정, 활동 지역, 해외 거점, 지시 방식, 자금 전달 계좌와 범죄수익 이동 경로 등 의뢰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막연한 진술이 아니라 실제 총책이나 상선을 특정하고 범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다. 조직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내역, 송금자료, 계좌정보, 업무지시 내용 등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면 수사 협조의 실질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세 번째는 ‘언제,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이미 수사기관이 알고 있는 내용을 뒤늦게 반복하는 것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핵심 가담자나 범죄수익 구조를 밝혀내는 것은 협조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인은 수사기록과 의뢰인의 정보를 비교해 실제 수사에 도움이 될 내용을 선별하고, 진술 과정에서 의뢰인이 불필요하게 자신의 책임을 확대하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자신의 책임과 타인의 범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형을 줄이기 위해 사실과 다른 사람을 상선으로 지목하거나 과장된 진술을 하는 방식은 오히려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실제로 한 행위는 정확하게 정리하면서 다른 조직원의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하거나 객관적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협조해야 한다.

 

검사로 수사 현장을 경험한 이수천 대표변호사는 이 제도의 핵심이 단순한 ‘밀고의 대가’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조직의 상층부와 범죄수익 구조를 내부자의 구체적인 협조를 통해 밝혀내는 데 있다고 본다.

 

결국 보이스피싱 사건의 변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혐의를 다툴 사건이라면 끝까지 법리와 증거로 무죄를 주장해야 하지만, 가담 사실이 명확한 사건이라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분석한 뒤 총책·상선 검거와 범죄수익 추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새로운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수천 대표변호사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의 도입으로 앞으로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무엇을 부인할 것인가’뿐 아니라 ‘어떤 진실을 밝혀 수사에 기여할 것인가’까지 변론 전략의 중요한 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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