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는 국선변호인 제도…누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어떤 역할을 할까
갑작스럽게 형사사건에 연루됐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형사절차에서는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있다.
국선변호인은 단순히 돈이 없는 사람만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적용 범위는 그보다 넓다. 법률이 정한 일정한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기도 한다.
특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거나 중한 범죄로 기소된 경우 등 법률상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한 상황이 존재한다. 그 밖에도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피고인이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느냐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법적으로 정리하고 증거를 검토하며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권리와 연결돼 있다.

이에 대해 하현열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을 ‘무료로 형식적인 변론만 해주는 변호사’ 정도로 바라보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선변호인 역시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사건기록을 검토해 필요한 변론을 수행하는 변호인이라는 점에서는 사선변호인과 본질적인 역할이 다르지 않다.
실제 국선 사건을 맡게 되면 우선 공소사실과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피고인의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라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는지를 살펴보고, 진술의 모순이나 객관적 증거와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혐의를 인정하는 사건이라고 해서 변호인의 역할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가담 정도, 피해 회복 여부, 반성 및 재범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법원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변론 과정이다.
특히 국선 사건에서는 변호인이 피고인을 처음 만나는 시점부터 제한된 시간 안에 사건의 핵심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기록에서 무엇을 찾아낼 것인지, 피고인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재판부에 어떤 쟁점을 집중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판단하는 형사변호사의 경험과 사건 분석 능력이 중요하다.
하현열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의 핵심적인 역할은 단순히 피고인 옆에 앉아 재판에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정이나 개인적인 환경과 관계없이 누구든 형사재판에서 제대로 방어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본다. 결국 국선변호인 제도는 형사사법 절차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고인이 홀로 국가의 형벌권과 마주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방어권 보장 장치라고 강조한다.





